6월 3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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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일기. 오늘 상담 가기 전에 차에 앉아서 사랑이 뭘까 생각했고 그 때부터 뭘 자꾸 쓰고 싶었다. 쓰지 않은지가 오래 되었다.

오늘 상담에서는 유레카!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내가 자꾸 엄마 아빠랑 싸우다가 입을 닫아버리는 이유를 알아냈다.

아동 청소년기에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아동들은 – 특히 부모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경우 – 부모와의 갈등 상황에서 자기 방어 기제로 입을 닫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런 상황이 한 두번인 경우에는 아동의 행동 패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 아동은 갈등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반응 response 를 학습할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침묵만이 그 아동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 된다. 이와 같은 아동은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갈등 상황에서 발화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대응 silent treatment하게 된다.

갑자기 무슨 논문투로 글을 적게 되었는데 상담사가 해 준 말을 그대로, 그리고 내가 이해한 그대로 최대한 옮겨적고 싶어서이다. 그래야 나중에 또 인생이 좆같아서 울고 싶을 때 다시 찾아와 읽을 수 있기 때문…

상담을 가면 매주 주간 평가 같은걸 하는데 이번 주에 분야별로 – 개인, 사회적 관계, 친밀한 관계 – 내 기분이 어땠는지를 줄자 위에 표시하는거다. 가령 줄자 맨 왼쪽에 표시를 한다면 이번주 개 좆같았다 이런거고 맨 오른쪽에 한다면 이번주 최고 뭐 이런거. 오늘은 그 걸 하면서 ‘아 왜 저는 이거 표시하는게 이렇게 힘들까요? 그냥 저는 늘 다 가운데다 표시하는 것 같아요’ 라고 했더니 갑자기 상담사가 나를 딱 보더니 이게 왜 힘들어요? 어떤게 힘들어요? 했다. 근데 그 이유를 얘기를 못했다. 몰라서. 그냥 나는 매일 아주 행복하지도 아주 죽고싶지도 않은 정도로 살고 있는데 그게 좀 별로인 것 같아서, 근데 그걸 내 눈으로 매주 확인하는게 싫어서 그런건지. 아님 그냥 별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건지. 근데 그럼 상담은 왜 받으러가..? 아무튼 그 순간은 나도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을 못했다. 시간이 지체돼서 다음주에 얘기를 하자고 하고 끝냈는데 이번 주에 한 번 생각해 봐야지.

제이콥과는 얼마전 우리 동네를 걸으며 인사이드 아웃 얘기를 했고 그는 자신의 주 감정이 행복이인 것 같다고 했고 – 그러고 만약 excitement가 감정이라면 그것이 주 감정일 것이라는 추가적인 말도 했는데 그것도 감정인가? – 나는 내 주 감정은 당연히 슬픔이라고 했다. 내가 과외하는 학생 중 한 명은 11살인데 자신의 주 감정은 불안이인 것 같다고 했다. 그 애는 뭐가 불안할까? 첫 째라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아무튼 사랑으로 돌아가서. 왜 갑자기 사랑이 뭐냐 하는 생각이 들었느냐 하면, 제이콥과 연애를 하면서도 얘을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꼬리를 물고 든 생각은 나는 빈센트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다. 정말 늦게도 꺠달았다. 그렇지만 깨달았다. 다행이다. 내가 한 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