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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아라!

    귀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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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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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스민과 나

    오른쪽과 왼쪽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했다. 아무리 걸어도 들어갈만한 술집이 안나와서 반대쪽으로 갈 걸 했나 생각하는 순간에 전에 와봤던, 술이 맛있었던 바를 발견했다. 메뉴판은 바뀌었고 사장님은 그대로여서 메뉴판은 대충 훑고 사장님에게 추천을 받았다. 무슨 얘기를 했더라 잘 기억이 안난다. 기억 나는건 역시나 많이 웃었던 것과 눈을 길게 마주쳤던 몇몇 순간들. 너와 내가 꽤, 생각한 것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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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14일 목요일

    서한나의 책을 읽었고 서울에 있다면 그의 북토크에 갔을거라 생각했다. 그럼 그와 같은 나와 같은 여자들이 그가 내뱉는 말을 듣겠다고 옹기종기 앉아 같은 숨과 열기를 내뱉을 것이다. 그 가운데 앉으면 묘하고 야릇한 기분이 들 것이다. 성애는 육체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기반한다는 오드리 로드의 말에 깊게 공감하고, 그래서 여자들과는 모든게 쉬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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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가족 천국

    인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두 부모와 어여쁜 세 자녀 프레임에 갇혀있는 이 사회에서 난 더 이상 살 수 없어 흑흑. 나, 40대 중반 여성 둘이 결혼하지 않고 식구꾸려 사는 나라에 살고파. 결혼 안하는게 디폴트인 나라에서 살고파. 걍 강철부대 보고 정년이 보면서 여자 크로스핏 팀에서 운동하고 끝나면 같이 치맥하고 주말엔 다같이 10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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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자스민와 함께 침대에 누워 정년이를 봤다. 그 애보다 몸이 더 길쭉한 내가 그 애의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나는 그 애의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에 머리를 기대었고 그 애가 숨을 마시고 내뱉는 그대로 머리가 움직였다. 여자 둘이 침대에 누워 여자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봤다. 남역 분장을 한 정은채를 보면서 참말로 잘생겼다, 과연 매란 국극단의 왕자님이다, 하고 정년의 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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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랑 내가 창문 하나를 두고

    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시켰는지는 몰라도 청소시간이 기다려지는건 정말 너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하루였던가, 마지막 교시의 종이 땡그르르 하고 울리면 학생들은 각자 흩어져 맡은 구역을 청소했다. 그 달 나는 복도쪽 창문을 닦았는데 아침에 읽은 신문의 한 장을 부욱 하고 찢어 엉성하게 뭉쳐 공을 만들고 창문에 윈덱스를 칙칙 뿌려 신문지로 닦으면 되는 간단한 역할이었다. 앞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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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잘 지내지 너가 여기에 없게 된 것도 벌써 오 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난 얼굴 가까이 시원한 바람이 불면 니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 그게 여름이든 가을이든 시원하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날이면 그 말 뒤로 니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해. 아마 너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 청명하고 시원한 날이어서 그런가봐. 난 그날 저녁을 아직도 자주 생각해. 여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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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 상담 일지 어쩌구

    범수에게 연락이 왔다. 숙이네 사진을 보내고선 여기는 여전히 그대로여, 했다. 이 새끼 여자친구랑 헤어졌구만. 우리한테 연락을 다 하고. 괘씸하단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반가운건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가 너네 다 기억한대 라는 말에는 울컥도 하고, 숙이네 가서 닭발에 생맥주에 계란찜이나 조지고 싶다 생각했다. 한국은 가을이겠지. 범수가 보낸 사진 속 숙이네 인테리어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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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덤프

    0. 9월의 시작에는 언제나 윤종신의 9월을 들어야 한다. 나의 september anthem이랄까. 1. 알렉스는 독일에서 돌아와 인생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한탄했다. 그에게 빌린 건반을 돌려주러 그의 오피스로 가 앉아 나눈 대화에서 그는 6년간 캔버라에 살면서 열 번을 넘게 이사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의 발단은 건반을 비엔나로 들고 가느냐 마느냐 였다. 나는 어차피 이사 비용은 지원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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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짐

    9년전의 다짐. 여기에 변진한 선생님은 “이 말을 꼭 기억하길!” 하고 시작하는 댓글을 적어주셨다. 9년이 지나 결국 나는 돈을 벌어 음악과 책에 갖다 바치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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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den

    6월의 파리는 10시가 넘도록 환해서 연기를 배우러 런던으로 유학을 다녀왔다던 그녀와 손을 잡고 자정까지 파리 밤거리를 걸었다. 넌 어디서 뭘 하고 있니. 그녀는 그 순간을 자신이 연출하게 될 연극에 쓸 것이라며 내가 찍은 이 영상을 꼭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이유는 몰라도 나의 얼굴을 잘 담아두어야겠다며 내 얼굴에다 카메라를 대고 이리저리 찍어대었다. 축축한 밤거리, 축축한 베갯잎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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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덤프

    6월 초 언젠가 봄 나물 먹는 삶. 한국에선 미나리를 무쳐 먹었다. 그 허브같은 나물을 살짝 데쳐 소금과 참기름에 살살 무쳐 한 입을 먹으면 콧속으로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향이 훅 하고 들어왔다. 파삭거리는 갓 구운 김에 뜨끈한 쌀 밥을 후후 불어 한 김 식혀 올리고 미나리를 올려 싸 먹으면 그리 간단하고 맛 좋은 점심이 없었다. 부추가 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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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2일 화요일

    주의를 했어야 했다. 맞은편에서 한 손에 와인병 두 개를 든 누군가가 터덜 터덜 걸어온다면 무심하게라도 반대편으로 피했어야지. 유리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보다 차가운 무언가가 얼굴에 튄 것을 알아챈 것이 우선이었고 그게 액체가 아닌 유리 조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얼굴로 피가 쏠리면서 머리가 돌고 앞이 하얘져왔다. 등 뒤로 요동치는 사람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몇 발자국을 더 걸어 코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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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덤프

    5/3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아름답다. 니진스키는 모든 이를 사랑했으나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했을까? 모두에게 사랑받지만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않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5/13 제임스와 이야기를 나눈게 참 좋았다. 엘라와도. 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구마 찾아서 기쁘다. 반으로 댕강 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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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e!

    언제 벌써 6월됐디야, 그리고 영어로 유월은 내 (가짜)이름이기도 해 그래서 오늘은 꼭 뭘 쓰고싶었어 이츠 캐롤 시즌! 사실 전혀 아니지만 여기는 이제 추우니까 내맘대로 캐롤 시즌 흐흐 그런 기념으로 the christmas song 1분 미리보기. 오랜만에 코드만 보고 치려니까 엄청 헤매서 한 30분쯤 연습하다 찍었다 그나저나 피아노 앞에서 영상 찍는거 진짜 오랜만이네 역시 피아노 있으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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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덤프

    4/23 왜 갑자기 전부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까. 지하철에서는 죽고싶었다. 약을 먹는게 무섭다. 그래놓고 인스타 릴스 몇 개를 보니 또 괜찮았다. 전남친이 준 개를 키우는 영상 속 여자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냥 한동안은 내 모습이나 잘 가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럼 괜찮아질거라고, 스물 여덟이 되기 전에, 5개월 남았네, 좀 괜찮아지자고. 자존감은 어떤 문제인가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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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덤프 n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하는지. 켜켜히 쌓인 먼지는 제 눈에 들고도 털어내야지 털어내야지 생각만 반복하다 지금은 희었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게 쌓여버렸다. 2월의 인덱스를 자주 생각한다. 3층의 그 넓은 서점 한 귀퉁이에 앉아 블랙 커피를 시켜놓고 머릿속에 쌓여있던 그 생각들을 끊임없이 뱉어내었던 그 경험. 해소 또는 해방.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생각 덤프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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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9일 월요일

    서울은 밤인간들에게 친절한 도시다. 밤 열 한시까지 아니 24시간을 여는 카페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새벽 한 시의 카페에는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카페 안의 공기는 사람들의 열기로 입김으로 후덥지근하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일을 하는 사람들, 중간고사가 끝나 팀 프로젝트를 할 시기이니 만큼 서너명씩 앉아 토론을 하는 학생들, 술에 취해 낮은 자세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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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2월 4일

    새롭게 가입한 sns에서 너의 계정을 봤을 때였다. 솔직히 말해 작년 한 해 너가 내 마음에 들어올 틈은 없었다. 올해 초는 어쩐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엉뚱한 사람에게 괜한 정을 주고 있었던거지. 그러다 5월에 그 애를 만났고 거의 8월까지는 영화같았던 만남과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 이후로 뭐가 바빴던건지 아님 그냥 내가 떠올릴만한 너에 대한 기억이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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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퇴사

    2023년 3월 27일 ~ 2024년 4월 16일 날짜를 쓰고 보니 오늘이 세월호 10주기구나. 해 들어오는 교실에 앉아 국어 시간에 은양쌤이 수업을 하다 말고 크게 소리내어 울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바이크 쇼츠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등에는 헬멧을 건 배낭을 메고 코스 매장에 들어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손님과 직원으로 자주 만나던 야오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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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

    브라이언: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아우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데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에서 기반한 것이라 생각. 그러나 조금 더 신경쓰고 모르면 알아보려하고. 관심을 가져볼 것. 내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은 정의. 네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은 꾸준함. 나는 언제나 노력한다. 그건 아주 좋은 가치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만이 가지고있는 가치가 꾸준함과 노력. 너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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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10일 수요일

    3월 8일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는 막힘이 없는데 왜 너에게 쓰는 편지는 첫 문장을 생각해내는 데에도 30분이 걸리는 걸까. 참 알 수 없는 일이야. 나는 늘상 서럽고 서운하고 눈물이 나. 나는 네가 밉고 너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서운하고 서럽다가도, 너의 동그란 이마와 작은 눈, 그로부터 사선으로 내려오는 코, 반팔 셔츠 소매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만져지는 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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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 도파민 인간에 속지마!

    윤서는 나는 정이 많은 사람 자기는 도파민에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윤서의 남자친구 성우는 정이 많은 사람 그리고 아무래도 나의 애인은 도파민에 움직이는 사람일거라 했다. 윤: 전형아, 도파민에 움직이는 사람들한테 속으면 안돼. 걔가 그 당시에 했던 예쁜 말들은 분명 진심이었을거라고. 근데 그 당시에 걔는 도파민에 절어있었던거야. 그래서 막 기분좋고 흥분된 마음에 예쁜 말들을 한거야. 그게 진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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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노래를 잃어버렸다

    파리에서 니스로 가는 여섯 시간 기차여행 내내 토마티토와 미셸 카밀로의 Spain Again 앨범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은 건 El dia que me quieras.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 잠에 들었다가도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왔고 그렇게 몇 시간을 하다가 결국엔 반복재생을 택했다. 지금도 이 곡을 들으면 하얗고 텁텁한 공기에 갇힌 기차 안으로 돌아간다. 창밖으론 같은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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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덤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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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극한의 낭만을 즐기고서는 한 여름밤의 꿈인듯 내 삶의 테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가 떠나보낸건지 그들이 떠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있었는데 더 이상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의 수가 곁에 남은 사람의 수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쩔 수 없는걸까 생각하다가도 결국 문제가 나한테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 속에 한참을 잠겨있기도 한다. 생각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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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정말로

    여자들이 훨씬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여자 친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어떤 작은 이유에 얽매이지 않고도 단호하게 사람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고, 매일 아침을 불안에 떨며 일어나거나 토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았으면 좋겠고, 아주 사소한 것을 바라면서도 내가 너무 많은걸 바라는 건 아닐까 하는 자기 의심따위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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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순

    어쩌면 자기 투시를 한 것일지 모른다. 이 모든게 나인데 그것이 너인양 너를 걱정하면서. 결국 나를 달래기 위한 수단인데 너를 핑계삼으면서. 일종의 교묘한 속임수이자 거짓말이다.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벌은 결국 나중에 받게 될 것이다. 이를 꽉 깨물고 자는 습관은 꽤 오래된 것이지만 요 몇 달간 증세가 심해져서 결국 병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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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일 금요일 점심에 만난 추지민

    지민을 보고 있으면 사랑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너의 사랑을 의심하지 마. 만약 그게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가 말을 하게 될거야. 상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너를 믿고 상대를 믿어. 그런 종류의 단단한 내면. 왜인지는 몰라도.지민과 어울릴 수 있었던 내가 생각하기엔 그녀가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강의 내향인인 나는 늘 적당한 거리와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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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션 플랜

    시험 준비는 언제나 철저하게 했다. 그 시작은 늘 배운 지문을 다시 읽는 것이었다. 지문을 읽으며 선생님이 말했던 중요 포인트들을 되짚고 그것을 노트에 정리하는 일이 언제나 첫 순서였다. 그 후에는 문제집을 풀고 기출 시험지를 풀어보고 오답 노트를 만들었다. 내가 이 문제를 틀린 이유와 그와 관련된 개념을 적어 정리했다. 그러면 틀리는 문제의 패턴이 보이기도 했고 그 패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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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31일 수요일

    인덱스 카페의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다 뱉어냈고 그리하여 생각 덤프1 과 생각 덤프2가 나왔다. 생각 덤프1 을 반쯤 쓰면서는 역시 머리에 든것이 많아 마음이 복잡했던 거였네 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결코 그 뿐만은 아니었다. 어떤 진실은 굳이 세상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의 쌍둥이 형제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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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덤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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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덤프 1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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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21일 일요일 (6/11)

    어떤 다정은 굉장히 무해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런것들은 주로 말랑하고 그 누구도 다치게 할 수 없는 사랑을 감고 두른다. 어떤 경계 안에서 굄 받는 우리는 서로에게 다정하고 서로 사랑한다. 사실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굉장히 안온한데, 때때로 이 다정은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게 아닌가, 나아가 아무것도 바뀌지 말라는 일종의 선언이자 선포가 아닌가 생각한다. 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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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그리고 그들이 담은 나 그리고 난 이 영상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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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수미와 나의 작은 세계

    에서는 만두는 덤플링이 아닌 만두이고 김밥은 스시롤이 아닌 김밥이다. 너와 나의 세계에서 나는 나를 내려놓고 말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나의 한국어 억양이 나오기도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아시안 억양이 나오기도 문장을 끝맺지 않기도 주어를 생략하기도 동사 변화를 하지 않기도 시제를 신경쓰지 않기도,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한다. 모두에게 김밥은 스시롤이 아니라고 수천번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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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16일 화요일 (1/11)

    이별은 원래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지 그러나 오늘은 유독 어려웠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우버를 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 애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보안 검색대로 걸어가는 순간 나도 곧장 뒤를 돌아 계단을 내려왔고 그 두 단 짜리 계단을 내려가는 짧은 순간이 얼마나 길던지 다시 계단을 올라가 마지막 뒷모습을 봐야 하는건가 아님 그냥 그대로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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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13

    피아노 선생님은 숙제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려 곡마다 몇 번씩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 표시해주었다. 모차르트 옆에 동그라미가 다섯 개 있으면 그날 배운 모차르트 소나타의 그 곡을 매일 다섯번 연습해야 하는 식이었다. 어떤 곡은 왼손 오른손 양손의 동그라미가 전부 따로이기도 했고 어떤 곡은 리듬이 추가되기도 했다. 하농은 정박으로 다섯 번, 스윙 리듬으로 다섯 번, 엇스윙 리듬으로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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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13일 토요일 (12/13)

    머리가 아픈지 이틀 째다. 목 뒤가 뻐근하고 그 통증이 관자놀이를 지나서 눈까지 전해져온다. 오늘은 일하는 내내 눈알을 빼내버리고싶었다. 선데이 나마스떼를 다닐 때 진영쌤은 사바아사나를 할 때 마다 얼굴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했다. 눈썹이라든가 눈알이라든가 턱이나 혀에도 힘을 완전히 빼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보라고 했다. 죽은 사람처럼. 한국에 돌아가면 진영쌤을 찾아가야겠다. 어제는 집들이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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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느꼈던 그것이 무엇이었든

    그건 언젠가 사라질 일이고 그럼 그가 그려왔던 나도 사라질 것이고 그럼 이 모든 것도 사라질 것이다. 원래 없었던 것이니 다시 없음으로 돌아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모두 무에서 왔음으로 무로 돌아가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늘 최악을 생각하고 그게 내 속까지 갉아먹는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만둘 수 없다. 늘 턱이 아프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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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을 닫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말을 뱉어내야 한다. 속에 쌓인 것들을 끄집어 내야 한다. 노트북을 닫으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냥 미친 사람처럼 일분에 300타의 속도로 글을 쏟아내야 한다. 그것 말고는 없다. 어쩌면 내일 해야 하는 요리를 오늘 전부 해버리고 한 새벽 다섯 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어야 할 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켜놓고 끊임 없이 말을 하든 버너를 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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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11일 목요일 (10/13)

    어쩌면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으로 했다. 결국은 나의 문제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건 내가 문제다. 나아지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만큼의 시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역시나 역시나. 그냥 사라지는게 가장 편하다. 세상엔 아픈 여자들이 너무 많다. 여자들이 아프지 말고 잘 살다 잘 갔으면 좋겠다. 그러니 일대다의 관계였다 처음부터. 그걸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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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10일 수요일 (9/13)

    마수미가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열 명 남짓이 일하는 그 곳에서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제 나는 무슨 낙으로 일하나. 우리가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 곁에 남아준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친해지게 된 계기가 기억이 나는 친구들은 손에 꼽는다. 양예지와 서라 정도? 김윤서와도 어떻게 친해졌는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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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8일 월요일 (7/13)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떠나며 하던 말이 있다. “엄마 전형이 세 번 밤 자고 나면 올거야.” 그럼 엄마는 약속한 세 밤이 지난 뒤에 오기도 그 훨씬 뒤에 오기도 했다. 가는 엄마 앞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엄마 가지마’ 하면 엄마는 ‘우리 전형이는 어쩜 이렇게 울보야’ 했다. 그게 엄마 때문인지도 모르고.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엄마가 오지않으면 퇴근하고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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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도라의 상자 (6/13)

    그 안에 든 것이 결코 악한 것은 아니었으나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어버린 대가를 치루고 있다. 솟아난 질투와 슬픔. 울음이 나오겠다 생각이 들었을 땐 리타 파예스의 엘 마라비노를 들어야 한다 생각했고 이미 눈물이 얼굴을 타고내리는 와중에 다급하게 휴대폰을 뒤져 노래를 틀었다. 도대체 그 음악에는 무엇이 담겨있는지 일 분여간 흘러나온 반주에 끊이지 않고 눈물이 쏟아져 내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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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6일 토요일 (5/13)

    프랭키가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일이 끝나고 원래 내리던 역이 아닌 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역에서 내려 20분을 걸어 도착한 곳에는 나를 늘 반겨주는 한 생명이 있다. 산책 갈 생각에 잔뜩 신난 애를 눈 앞에 두고서는 발바닥이 너무 아파 소파에 잠시 앉는 것 조차도 미안해 십 분 이상을 앉아있지 못하고 긴 산책길에 나선다.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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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5일 금요일 (4/13)

    4일밖에 안된건가. 영겁의 시간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2주는 길다. 스며든다는 것, 아주 잔잔하게 나도 모르게. 분명 네가 날 더 좋아하고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전세 역전이 된 듯하고 기다리지 않던 연락을 기다리게 되면 나는 또 두려움에 빠져 거기에서 빠져나오려 헤엄을 치는데 그럴 때마다 더 깊숙이 깊숙이 빠지는 모양새다. 안마시던 차는 왜이렇게 마시는지 이건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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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4일 목요일 (3/13)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 볼 일이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행복의 이면엔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엔 행복이 있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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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3일 수요일 (2/13)

    보고싶다, 이틀밖에 안지났는데. 날짜를 거꾸로 세는 일은 어렵다. 그 애가 말한 것처럼 거꾸로가 아닌 정방향으로 날짜를 세야 한다. 마수미와 케일럽, 야오와 제이미, 즈쉬엔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 애도 같이 있었음 어땠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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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2일 화요일 (1/13)

    무서운 마음이 드는건 사랑이 전부가 아니게 되었을 때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날 떠날지도 모른다는 말 한마디에 머리가 하얘지고 울음이 나올 것 같았던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때를 잠깐이라도 현실로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는걸 알기에 벽을 세우고 너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라고 끝없이 되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근희 선생님이 사랑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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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의 어딘가로 부쳐진 많은 편지들과

    세상 이곳 저곳들에서 다른 세상의 이곳 저곳으로 부쳐진 많은 편지들을 생각한다. 네 생각이 났다고, 보고싶다고, 너의 생일이라고, 외롭지 말라고 혹은 내가 요즘 외롭다고 손이 빨개지도록 편지를 써보낸 사람들을 생각한다. 받은 편지는 방 한 벽 가득 붙여놓았다. 머리가 아플 때에는 침대에 누웠다가 편지가 한가득인 벽 앞으로 가 다정을 말하는 그 활자들을 읽고 또 읽는다. 지구의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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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는 하지 않을 이야기

    어쩌면 내가 정말 그리워했던건 방이 한 김 가득 더워져도 참을 수 있는 오후의 햇살이나 갓 떠오르는 해에서 비추는 노란 빛을 받은 맞은편 건물을 바라보며 눈을 뜨는 것, 점심시간에 같이 마차를 마시러 갈 수 있는 좋은 친구 그리고 의도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 그러니까 어떤 안정감, 즉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같은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평생을 좇아왔던게 그런 안정감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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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2일 수요일

    예상했던 일이라고 다 괜찮다고 주문을 외듯 상황을 피해버리기만 하고 사실 내 마음을 돌본적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찔끔 찔끔 나오는 눈물에 어쩔줄 몰라하기만 했고 가슴이 헐떡이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에도 그냥 걷고 걷고 걷고. 몸을 바쁘게 하면서 머리에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늘 낮은 버틸만했지만 어디도 걸어다닐 수 없는 밤에는 침대에 앉아 잔뜩 혼란스러워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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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3일 금요일

    예전에 쓴 글들 읽어보는데 사랑의 언어를 하와이에 가서 읽고싶단 생각을 했었네. 하와이에 다녀온게 올해인데 그게 또 작년같다. 알렉스랑도 얘기했다. 너가 미국 학회 다녀온게 작년이었나 올해였나, 작년 4월이었지? 했는데 올해 4월이었고 아 유럽에 다녀온게 작년 여름이구나, 했더니 걔는 또 그게 작년이었나? 했다. 그치그치 우리가 만난게 작년이고 우리가 만나고 너가 유럽에 다녀왔으니 작년이지 했더니 우리가 안지가 2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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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깨달음

    버스를 기다리다가 생각했다. 오후 한시의 볕이 따뜻해서 그 날씨에 취해서 그런 생각이 든 지도 모른다. 해가 눈에 닿으면, 그리고 그 따뜻함이 온 얼굴에 펴닿음을 느끼면 천천히 눈을 감는다. 살살 바람이 불고 이어폰으로는 장난스런 기타소리가 흘러나오고 그러면 목이 콱 막혀 울고싶다가도 숨이 쉬어진다. 나는 자주 우울하지만 작은 것들 가령 지금 말한 오후 한 시의 볕같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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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의 제주에 가면

    들어갈 수 없는 바다만 주구장창 보다 오겠지. 겨울 제주바다는 깨끗하고 짙푸르고 무섭게 깊다. 그 찹고 어두운 물 속에 머리를 쳐박고 끼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 몸 속에 있던 찌꺼기들이 놀라 달아나올것이다. 검은색 해녀복을 입고 정강이만큼 기다란 오리발을 끼고 흙모래로 앞이 보이지도 않는 물을 손으로 잡아가며 깊이 깊이 들어가 물이 주는 압력에 저항없이 몸을 다 맡겨버려야지.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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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을 많이 쓰려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정상의 상태에 부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고자 하는 말이 많이 있다는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고 삶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닌 내가 삶을 어느정도는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치만 나는 여전히 부유한다. 어쩜 나는 어딘가에 정박하지 못하고 떠돌기만을 반복하다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죽으면 다시는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게 새로운 기회가 올지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수요일 오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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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4일 수요일

    1. 하루는 동생이 맘마미아 노래를 듣다가 내 생각이 나서 페이스 타임을 걸었다 한 적이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던 일요일의 아침이면 식탁 의자는 식탁 위로 올리고 카펫을 빼내어 창틀에 걸어두고, 목이 막히게 더운 여름에나 영하 11도를 웃도는 겨울에나 온 창문을 다 열어두고 집 청소를 했다. 나는 청소기를 들고 동생은 밀대를 들고 거실에 나타나면 서리는 줄곧 캣타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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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2023

    그 애를 만났을 때가 2017년의 여름이었으니 나는 스물 두살이었겠고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5월이었으니 만으로는 스물이었겠다. 나보다 네 살이 많았던 그는 고작해야 스물 넷 그러니까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었겠구나. 스물의 나이에 처음 본 사람을 따라 부산 여행을 가고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고 했었다. 지금의 나는, 그 때는 어쩜 그렇게 겁이 없었을까,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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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국어로 말하기

    내 가능성은 결국 내가 증명해내야 하는 일이다. 성공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 효리 언니가 했던 말의 핵심도 결국 그것일테다. 자기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일이 많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결국 성취의 경험을 쌓으라는 말일 것이다. 내가 왜 군인팀을 사랑하는가 생각해보면 그들에겐 지금의 나에게는 없는 총기 비슷한게 있어서 그럴 것이다. 뚜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맑은 눈과 안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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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7일 일요일

    1. 발레 수업 중에 스텝 연습을 할 때면 지노는 가끔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준! 맞게 하고 있으니 너 스스로를 믿어, 라고. 그 말을 들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 잘 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도 있지만 그보단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는 확언에 대한 고마움과 그에 따라오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 더 커. 지노는 땅을 보지 말고 거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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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게 환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잖아

    그건 사실 모든게 환상이었기 때문일거야. 사실 진짜였던건 아무것도 없었던거지. 모든게 거짓이었던거야. 이제는 글로 쓸 수 있게 됐어. 그 전엔 말하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했어. 그러니 그에 비하면 아주 많이 나아진거야, 쓸 수 있다는건 나에겐 아주 좋은 신호니까. 그래도 아직 가끔은, 아니 아주 자주 답답해. 왜인진 모르겠어. 나만 세상 한 구석에 갇힌 느낌이야. 그래도 다음주에는 시드니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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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6일 수요일

    내가 언제 내 감정에 충실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누군가를 좋아할 땐 더욱 내 감정을 믿고 존중하는게 건강하다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모두에게 다 보이도록 티를 내고 그랬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다르게 할 이유가 없다. 오늘은 화가 아주 많이 났다. 사람을 두 시간이나 넘게 기다리게 만들어놓고도 미안하다는 말 하나 없이 자기 얘기만 하다니. 난 시간에 관해서라면 특히나 민감하고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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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튼 세상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혼란스러운건가. 아님 세상도 사람도 심플하지만 내가 혼란스러운건지도 모른다. 아마 그 편이 가장 맞을 것이다. 나는 아주 불안한 존재이니까. 그래서 나는 안정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그는 안정적인가? 갔이 잤음에도, 그리고 그 애가 보였던 많은 사랑의 언어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여전히 불안할까? 어쩌면 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좋아한다는 말을 먼저 하고 몇 번의 데이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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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은 모든게 환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손을 잡은게 언제였는지, 같이 축제에 갔던건 언제였는지, 너가 내 방 의자에 앉아 낮게 뜬 눈으로 ‘내가 집에 갔으면 좋겠어?’ 하고 물었던게 언제였는지. 알지,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은 일들인거 근데 왜 이렇게 전부 환상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 너가 했던 말들도 전부 환상같아. 환상같다는건 거짓말 같다는 걸까? 나는 요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려. 핸드폰이랑 지갑은 매번 다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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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 삐걱거리더라도

    어딘가로 향하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처음엔 내가 너무 밀어붙이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상대에게서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올때면 내가 하는 일이 밀어붙이는게 아니라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한국어 수업을 끝낸 후 같이 저녁을 사들고 노을을 보러 갔다. 해가 샛노랗게 산 너머로 비추다 오렌지 색을 머금고 산을 넘어갈 땐온 얼굴에 노란 빛을 묻혀가며 저녁을 먹었다.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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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2일 목요일

    그간은 글을 쓰지 않았고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열 아홉 때는 어떻게 하루에도 2000자, 4000자를 써내려갔는지, 그 때는 참 똑똑하고 명석했다. 지금은 뇌가 멈춰버린 것만 같다. 두 시간짜리 강의를 듣는 것도 힘에 부친다. 좋아하는 공부를 했으면 여전히 똑똑했을까. 조주은 선생님이 이끌던 문화산업 수업에선 늘 강단에서부터 세 번째 줄에 앉아 눈이 빛나도록 선생님을 쳐다보고 스크린을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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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s all in your head

    전부 네 머릿속에 있는것일 뿐이라고. 다 니 망상이라고. 난 생각을 너무 많이해, 생각이 쌓인 머리는 무거워지고 뒷목이 저려온다. 콧등위에 올라간 안경도 무겁다. 나만 중력을 두배로 받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내 말투에 문제가 있나. 내가 너무 게을러보이나. 뭔지는 몰라도 자기 검열을 무지하게 해댄다. ‘뭔지는 몰라도’. 뭔지 모른다는건 근거가 없다는거고 그러니 그렇게 느낄 이유가 없다는거고 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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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7일 금요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지, 내 친구들은 왜 내가 주는만큼 내게 돌려주지 않는지, 나는 왜 사랑을 주고는 대가를 바라는지, 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지, 왜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되는지, 조절할 수 있어야하는 것들을 왜 조절할 수가 없는지, 왜 인생은 내 맘대로 안되는지. 삶은 의문 투성이고 나는 문제 투성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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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27일 화요일

    글을 쓰지 않고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행동하기 시작할 때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요 몇 주간 그랬다. 생리탓을 했는데 생리를 하지 않는다. 해피문에 알람이 뜬다. 월경 예고일이 지났는데 기록을 잊어버리셨나요? 그럼 그렇지. 내 생리는 늘 열흘쯤 늦는다. 그러니 이번 한 달의 절반은 이렇게 보내버릴테다. 먹는 것도 운동도 모 아니면 도다. 매일같이 두 세시간을 운동하거나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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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

    몇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탓에 종이가 많이 닳아버렸어.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니 더 버벅이게 되는 것 같아. 편지와 내가 사투를 벌이는 지금 전형은 호주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지난 편지에서 전형은 왠지 조금은 벅차고 힘든 시기를 겨우 지나 의연해지기 시작한 상태인 것 같았어. 그게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상태일지 나도 약간은 알 것 같아서 처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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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해야겠다

    는 마음이 들 때는 사랑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애서 누군가가 찾아왔을 때 사랑을 하는 거라고 배웠다. 사랑이 필요하다고 느낄 땐 나 스스로가 완전하지 못해서 상대에게 너무 기대게 된다고. 그래서는 좋은 연애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완전한게 뭐지. 인간은 원래 불완전하다. 상대에게서 내게는 없는 그 불완전함을 채워줄만한 속성을 발견하면 반한다. 내 자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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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아하는 마음은

    주체가 안된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다는 예감이 드는건 사랑에 빠지기 전이지만 그 예감은 반드시 실행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오랜 잠복기를 거칠 수는 있어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블로그 맨 첫 화면에도 걸어놓은 말이지만 올해 5월 걔를 처음 봤을 때도 망했다 싶었고 그런 지금은 진짜 주체할 수 없이 망해버렸다. 과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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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정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늘. 그러나 다정을 말로 전하는건 늘 어려워 언제나 종이 위에 사랑을 담아 전했다. 나와 이야기하는게 즐겁고 편하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단단한 소속감을 느끼는 그룹이 생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나 스스로도 내가 꽤나 다정하고 좋읗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난 요즘 좀 행복하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기숙사를 떠나 집을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이젠 확실히 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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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는

    여전히 어렵지만 이제는 한국어로 생각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말하고 쓸 수 있을 정도, 따로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시험 성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유창하다. 기숙사에 살면서는 세계 이곳 저곳의 억양을 듣고 그를 양분삼아 듣기 실력을 키운다. 원체 발음과 억양을 쉽게 캐치하는 편이라 고작 호주에 1년 살아놓고 호주인처럼 말을 한다. 유럽 여행을 가서는 호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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