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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생님은 숙제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려 곡마다 몇 번씩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 표시해주었다. 모차르트 옆에 동그라미가 다섯 개 있으면 그날 배운 모차르트 소나타의 그 곡을 매일 다섯번 연습해야 하는 식이었다.…
피아노 선생님은 숙제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려 곡마다 몇 번씩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 표시해주었다. 모차르트 옆에 동그라미가 다섯 개 있으면 그날 배운 모차르트 소나타의 그 곡을 매일 다섯번 연습해야 하는 식이었다.…
머리가 아픈지 이틀 째다. 목 뒤가 뻐근하고 그 통증이 관자놀이를 지나서 눈까지 전해져온다. 오늘은 일하는 내내 눈알을 빼내버리고싶었다. 선데이 나마스떼를 다닐 때 진영쌤은 사바아사나를 할 때 마다 얼굴에 힘을 빼는…
그건 언젠가 사라질 일이고 그럼 그가 그려왔던 나도 사라질 것이고 그럼 이 모든 것도 사라질 것이다. 원래 없었던 것이니 다시 없음으로 돌아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모두…
계속해서 말을 뱉어내야 한다. 속에 쌓인 것들을 끄집어 내야 한다. 노트북을 닫으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냥 미친 사람처럼 일분에 300타의 속도로 글을 쏟아내야 한다. 그것 말고는 없다. 어쩌면…
어쩌면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으로 했다. 결국은 나의 문제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건 내가 문제다. 나아지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만큼의 시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역시나 역시나. 그냥…
마수미가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열 명 남짓이 일하는 그 곳에서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제 나는 무슨 낙으로 일하나. 우리가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떠나며 하던 말이 있다. "엄마 전형이 세 번 밤 자고 나면 올거야." 그럼 엄마는 약속한 세 밤이 지난 뒤에 오기도 그 훨씬 뒤에 오기도 했다. 가는…
그 안에 든 것이 결코 악한 것은 아니었으나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어버린 대가를 치루고 있다. 솟아난 질투와 슬픔. 울음이 나오겠다 생각이 들었을 땐 리타 파예스의 엘 마라비노를 들어야 한다…
프랭키가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일이 끝나고 원래 내리던 역이 아닌 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역에서 내려 20분을 걸어 도착한 곳에는 나를 늘 반겨주는 한 생명이 있다. 산책 갈…
4일밖에 안된건가. 영겁의 시간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2주는 길다. 스며든다는 것, 아주 잔잔하게 나도 모르게. 분명 네가 날 더 좋아하고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전세 역전이 된 듯하고 기다리지 않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