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생님은 숙제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려 곡마다 몇 번씩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 표시해주었다. 모차르트 옆에 동그라미가 다섯 개 있으면 그날 배운 모차르트 소나타의 그 곡을 매일 다섯번 연습해야 하는 식이었다. 어떤 곡은 왼손 오른손 양손의 동그라미가 전부 따로이기도 했고 어떤 곡은 리듬이 추가되기도 했다. 하농은 정박으로 다섯 번, 스윙 리듬으로 다섯 번, 엇스윙 리듬으로 다섯 번 그리고 스타카토로 세 번 연습하는 게 보통이었다. 매일 피아노 앞에 앉아 숙제 노트에 그려진 수많은 빈 동그라미들을 보며 어떤 날은 이걸 언제 다 치나 갑갑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아주 의지가 샘솟아 ‘이걸 얼른 다 채워버려야지’ 하기도 했다.
어느새 1월 14일이 됐던가, 1월 1일 근무를 나가서 동료들과 해피 뉴이어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 마수미가 퇴사를 결심했고 마수미와 내가 마라톤을 뛰기로 결심했고 프랭키를 만났고 원래 있던 룸메이트가 이사를 나가고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오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집들이를 했고 그리고 오늘. 시간이 정말 안갔던건 아마 1월의 첫 주 주말 쯤이었다. 그 주말엔 매장에 손님도 없고 마수미도 없고 윈시도 없고 브라이언도 없어서 시간이 죽어도 안갔다. 그리고 무한한 기다림. 도대체가 하루는 왜이렇게 긴지 15일은 오는지 안오는지 속이 뒤집어지기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아주 아주 많이 울다 잠에 들었고 어떤 날은 울음도 나오지 않아 잠에 들지조차 못했고 많은 날들엔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잠에 들거나 한 30분쯤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내일은 어떤 잠을 잘 수 있을까.
동그라미를 채우듯 매일같이 글을 써냈으니 그래도 정신이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혹은 글을 써냈기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지. 어쩌면 인생은 2주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그 애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