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라고 다 괜찮다고 주문을 외듯 상황을 피해버리기만 하고 사실 내 마음을 돌본적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찔끔 찔끔 나오는 눈물에 어쩔줄 몰라하기만 했고 가슴이 헐떡이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에도 그냥 걷고 걷고 걷고. 몸을 바쁘게 하면서 머리에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늘 낮은 버틸만했지만 어디도 걸어다닐 수 없는 밤에는 침대에 앉아 잔뜩 혼란스러워서는 이걸 어째 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글을 쓰든 영화를 보든 어쩌든 크게 울어내야함을 안다. 바닷속에 들어가 아무도 듣지 못하게 크게 소리를 질러야한다. 쌓인 것들을 뱉어내야한다. 이제 시드니는 어떻게 가나. 위키드 사운드 트랙은 어떻게 듣나. 어젠 운동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캔버라 메리튼 건물을 보고는 또 가슴이 텁텁해져서는 어쩔줄 몰라 했다.
어쩔줄 모르는 마음. 아주 자주 어쩔줄 몰라 한다. 내 마음을 내가 몰라 혼란스웠고 너의 마음을 몰라 혼란스러웠고 이제는 너의 마음을 알게되어 혼란스럽다. 어쩌면 오래간 쓰지 않은 방법을 써야할 때가 온지도 모른다. 종이 한 장 가득 너에게 편지를 쓰고는 그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려야할지도 모른다.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쓰는 일을 또 해내야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 전에 내가 정말 해야하는 일은 내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내가 좋아했던게 정말 그 애였는지, 그 애의 어떤 일부분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애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었는지. 만약 그 애들 좋아한게 아니었다면 이 요동침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육체적 관계 때문이었는지 아님 그냥 내가 불안해서 그런건지. 종이에 하나 하나 점을 찍어가며 감정들을 나열하고 그걸 선으로 잇고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야하는건 무한한 기다림. 결국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