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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아름답다. 니진스키는 모든 이를 사랑했으나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했을까? 모두에게 사랑받지만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않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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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와 이야기를 나눈게 참 좋았다. 엘라와도. 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구마 찾아서 기쁘다. 반으로 댕강 썰어 밥솥에 넣고 쪄서 먹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속은 더 노래질 것이고 그 속을 갈라 가염 버터를 넣고 먹으면 맛이 좋을 것이다.
말도 못 붙여본 사람을 두고 내 평생의 사랑!을 외쳤던, 그니까 결국 그에게 그 말은 그 정도의 깊이밖에는 없었을 뿐이다. 그걸 미리 알았다면 이 관계에 그렇게 빠르게 스미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부 말 뿐이었다. 씨발, 좆같다. 그걸 알면서도 조심이라고는 할 줄도 몰랐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너에게 사랑은 그냥 두 달짜리였던 것이다. 어쩜 너에게도 그건 사랑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래 씨발, 그게 사랑이니?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나는 매일 매시간 매초를 후회하고 씨발 왜 그랬지, 세상이 왜 우리를 만나게 했지지, 그 때 마수미는 왜 우리를 만나게 했지 하는 끝없는 생각들. 그냥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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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웃긴건 걔 얼굴을 도무지 기억해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웃긴건 걔 형제 얼굴도, 여동생들, 엄마 그리고 심지어는 걔네 아빠 얼굴도 기억이 나는데 걔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걔가 나를 어떻게 쳐다봤는지, 걔가 어떻게 웃었었는지, 무서울 정도로 아무 것도 기억을 해낼 수가 없다. 그게 진짜 어이가 없다. 그냥 그 정도인거였겠지. 어떤 사랑은 2주짜리였고 어떤 사랑은 5년짜리였다. 늘 시간이 모든걸 해결했다. 목이 메일때는 그냥 시간을 손으로 헤아리며 달력에 가위표를 그려가며 하루를 보냈다. 그럼 결국엔 다 괜찮아졌다. 이번 사랑은 한달짜리였다. 어쩜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다였다.
가을은 역시나 정말 최고의 계절! 캔버라의 가을은 정말 예쁘다. 어디를 걸어도 참 예쁘다. 낮에는 바람이 따뜻하고 저녁에는 바람이 따뜻하고 꼭 내가 사랑했던 한국의 초여름같다. 아주 오래전 썼던 글 중에 빛 받는 나뭇잎에 대해서 쓴 글이 있는데 기억이 안난다. 요즘은 자꾸 몸글 글쓰기 모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역시 글방을 시작해야겠다. 글쓰기도 예술인데 왜 연습할 생각을 하지 않나. 어려서는 할 말이 많았고 명석했고 왜. 대체 어쩜 그렇게 할 말도 많았는지. 시간을 내서 글 쓰는 연습을 하곤 했다. 더 이상 연습을 하지 않으니 그냥 아무 소리나 써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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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에게 90분간 모든 걸 쏟아냈다. 척도 위에 감정을 펼쳐놓고 보니 쉽지 않은 길을 걸어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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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씨발 인스타를 그만해야 한다. 나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작은 스텝, 큰 목표. 일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잠식하지 않을 수있을지에 대한 연구. 일을 그만 둔 적이 없으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괴로움. 왜냐? 내가 하고 싶은 걸을 못하니까. 돈 결국엔 돈.
나를 구원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근데 왜 나를 구원해야 하나? 예지에게는 유언장을 남겼다. 유언장. 매년 새로운 유언장을 썼고 예지에게만 그 위치를 말해주었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거든 그 편지를 읽어보라고. 예지에게만 전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 걸 썼다는 건 그에게밖에는 하지 못했다. 윤서에게는 죽고싶다는 이야기를 못했다. 그런 얘기는 예지한테 했다. 윤서는 안되고 예지는 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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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를 살리는 이야기들을 했다. 저번 시간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잖아요. 언제 그런 생각이 자주 드세요? 특정 시간대가 있나요?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그런 생각이 들면 뭘 하세요? 뭘 할 수 있을까요? 도움을 청할 데는 있으세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볼 수 있어요. 매들린은 연락처 대여섯개를 받아갔다. 부모는 없었고 전부 친구들이었다. 나를 살린 것들에게 대해 생각했다. 나를 구원한 것들. 구원은 셀프,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혼자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