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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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레 수업 중에 스텝 연습을 할 때면 지노는 가끔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준! 맞게 하고 있으니 너 스스로를 믿어, 라고. 그 말을 들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 잘 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도 있지만 그보단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는 확언에 대한 고마움과 그에 따라오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 더 커. 지노는 땅을 보지 말고 거울을 보고 또 거울 너머를 보라고 해. 발레는 결국 관중에게 보여지는 춤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아주 멋들어진 동작을 할테니 잘 봐, 하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동작을 하라는 뜻이야. 내가 나를 단단히 믿어야만 관중들도 나를 신뢰할 수 있다고 했어. 그러니 난 날 믿어야만 해.

2.

아주 당연하게도 그리고 단순하게도 그냥 내 감각을 믿으면 되는 일이었어. 이게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땐 늘 그냥 내 직감을 믿으면 되는데 좋아하는 마음 앞에서는 모든걸 의심하게 돼. 모순적이게도 나를 의심하게 되는 사랑은 좋은 사랑이 아님에도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매번 속아. 아주 속수무책이야. 2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더라, 사랑 앞에서 강해지고 싶다고. 나는 여전히 아주 약해빠졌어. 한 오미터는 솟은 가시덤불 미궁 곳에서 온 몸이 찔리면서도 결국 길을 못 찾아 계속 헤매.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러들고 나서야 길을 찾을거야. 그치만 이미 상처는 생길대로 생겨버렸잖아. 그 상처가 아무는데도 수개월이 걸려. 미궁 속에서 하는 사랑은 그만하고 싶어.

3.

사실 그 뿐이 아니야. 그냥 다 그만하고싶어. 세상이 한 한 달쯤 멈추면 좋겠어. 이대로 시간이 가버리는건 불공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