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월요일

가끔 오직 필요한 건 드라이브 뿐일 때가 있다. 오늘은 정말 추웠고 해가 일찍 지는 것도 느껴져 가을이 오고 있구나 생각했다. 춤 연습이 끝나고 창문을 반만 내리고 – 바람이 추워 다 내릴 수가 없었다 – 올리비아 딘의 노래를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갔다. 해는 거의 다 져 노란 빛은 다 잃었고 약간 남은 붉은기만 남색 하늘과 섞여 뭉근한 보라색을 만들어 냈다. 시속 100으로 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도로를 달리며 최고 음량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배와 목과 머리에 힘을 주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모르게 절로 까르르 하는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박장대소를 하고나니 어쩜 내게 필요했던 건 그냥 드라이브 뿐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살짝 낮춰 옆으로 난 길로 빠져 버닝스로 향했다. 저녁 여덟 시의 버닝스는 문 닫기 한 시간 전이라 재고채우는 직원들 말고는 거의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철물 냄새가 평소보다 두배로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얼마전 구매한 이젤 위에 올려놓을 나무 보드와 분갈이를 할 작은 화분을 하나 사서 차로 돌아갔다. 문을 나오자 마자 찬 바람이 쌩하고 불길래 절로 baby it’s cold outside 하는 노래가 나왔고 – 내 머릿속에서 재생된 버전은 노라존스와 윌리넬슨의 버전이었다 – 그래서 돌아오는 길엔 노라존스의 Come away with me 앨범을 들었다. 중학생 때 몇 달을 이 앨범만 반복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 곡이 끝나면 다음에 어떤 곡이 나올지도 자동으로 알았고 그렇게 중학교 시절 생각도 하고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낮엔 죽고 싶었는데 저녁엔 살만하다 싶었다. 얼마 전에는 죽고 싶은 것과 살기 싫은건 같은걸까 다른걸까 하고 생각했다. 비슷하나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는 게 나의 결론이었다. 죽고 싶은건 능동적이고 살기 싫은건 수동적, 회피적이다. 죽고 싶은건 내가 나를 내려놓은 것이고 살기 싫은건 세상이 나를 내려놓은 것이다.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깨가 으스러지게 안아주고싶고 살기 싫어하는 사람은 포차에서 같이 술 마시고 싶다. 아, 그러니 정정해야겠다. 오늘 낮엔 살기 싫었는데 저녁엔 살만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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