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가입한 sns에서 너의 계정을 봤을 때였다. 솔직히 말해 작년 한 해 너가 내 마음에 들어올 틈은 없었다. 올해 초는 어쩐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엉뚱한 사람에게 괜한 정을 주고 있었던거지. 그러다 5월에 그 애를 만났고 거의 8월까지는 영화같았던 만남과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 이후로 뭐가 바빴던건지 아님 그냥 내가 떠올릴만한 너에 대한 기억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던건지.
그래도 몇 년 전까진 일년에 몇 번 정도는 니 생각이 떠오르곤 했는데 이젠 정말 잊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해는 한 번도 너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그저께 핸드폰에서 너의 이름을 보고는 흠칫한거다. 내가 얼마나 너와의 기억에 무신경하고 있었는지.
그러다 너와 9년전 – 지금은 벌써 14년이 되었네 – 에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중학교 1학년 그 어렸던 시절 우린 뭘 그렇게 어른같이 굴었던건지. 우리는 나중에 커서 동창회에서 만나면 같이 뉴욕에 가기로 약속했다. 왜 하필 뉴욕이었는지, 왜 동창회였는지. 분명히 그 당시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지금이라도 널 만나 뉴욕에 가게 되면 우리의 여행은 어떤 여행이 될까. 넌 예전의 너와 같은 너일까. 널 보지 않은지도 7년, 너의 사진을 보지 않은지도 거의 4년이 다 되어가니 분명 너도 내 기억 속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겠지. 내가 변한만큼 분명 너도 많이 변했을거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너에게 말을 걸기 조차도 망설이는 내가 너에게 만나자는 말을 할 용기가 있을까. 내가 말을 꺼낸다 하더라도 너가 날 만나줄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맞지 않을까. 괜한 실망을 하면 어쩌나, 말로 꺼내보기 전에 지레 겁을 먹어버렸다. 그리고 너를 다시 만나게 되면 너와 함께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까? 사실 우리는 사귄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그래도 널 보면 우리가 나누었던 작고 소중한 감정들이 되살아나 우리 사이의 무언가를 꽃피우게 할까? 웃기다.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니가 애인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이게 깨닫는다. 내게 친절했던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냉정한 사람이었는지. 그럼 난 왜 이 모든 것들에 서툰걸까. 난 왜 사람을 밀어내는 걸까. 난 뭐가 문제인걸까.
2018년 2월 4일 일요일, 시드니 Lord Wolselsey Hotel 재즈 공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