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을 보고 있으면 사랑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너의 사랑을 의심하지 마. 만약 그게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가 말을 하게 될거야. 상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너를 믿고 상대를 믿어. 그런 종류의 단단한 내면. 왜인지는 몰라도.
지민과 어울릴 수 있었던 내가 생각하기엔 그녀가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강의 내향인인 나는 늘 적당한 거리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선을 불쑥 불쑥 넘었던 페어리는 결국 끝까지 그렇게는 친해지지 못했고 나에게 약간의 틈을 내어준 지민이 끝까지 내 곁에 남을 수 있었다. 틈새로 바람이 통하게 두어야 나는 숨을 쉴 수 있고 그렇게 내 많은 어쩌면 모든 면모들을 지민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민과 아주 예전에 했던 말들. 우리에게 연애는 선택이야. 우리는 사실 연애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런데도 연애를 하는건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야. 그 말에 지금도 완전히 동의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런 면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연애를 쉰 적이 없는 윤서와 다르게 지민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도 연애는 엑스트라 그러니까 소스 혹은 디저트같은거다. 만두는 그냥도 맛있지만 초간장이 있으면 더 맛있는 것처럼. 젤라또 한 입이 거지같았던 내 하루를 시원하게 밝혀주는 것처럼.
지민은 내게 ‘결국 니 마음 먹기에 달린거네’ 라고 했다. 결국 선택지는 너에게 있다고, 그가 나에게 선택권을 넘긴 것이라고. 그래서 나도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 안그래도 어제 자기 전에 최선은 다해보고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주 아주머니스럽게 그래 야 그게 맞지, 했다. 지민은 내가 하는 말에, 야 나는 지금 화 나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야, 그래 그거 서운했겠다, 나여도 서운해. 서운해! 했다. 그래서 나도 그치 서운하지? 서운하지!? 했다. 하 하고 내쉬는 깊은 안도의 한숨. 내 감정을 이해받는 순간 나는 이제 해결책만 보인다. 내가 필요한건 단 하나. 진심 가득한 이해. 그거면 되는데.
헤어지기 전 지민에게, 너가 보기에도 나 정말 오피니언이 없는 사람 같니, 하고 물었더니 그녀는 단칼에. “야 너는 full of opinion 이지!’ 했다. 그 말이 너무 웃기고도 고마워 민망스러울정도로 크게 웃어버렸고 지금도 난 그 말을 상기하며 싱글생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