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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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는 동생이 맘마미아 노래를 듣다가 내 생각이 나서 페이스 타임을 걸었다 한 적이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던 일요일의 아침이면 식탁 의자는 식탁 위로 올리고 카펫을 빼내어 창틀에 걸어두고, 목이 막히게 더운 여름에나 영하 11도를 웃도는 겨울에나 온 창문을 다 열어두고 집 청소를 했다. 나는 청소기를 들고 동생은 밀대를 들고 거실에 나타나면 서리는 줄곧 캣타워의 꼭대기로 올라가 느리게 눈을 껌뻑이며 우리를 쳐다보곤 했다. 청소를 할 때면 늘 트는 노래가 맘마미아의 OST 였는데 댄싱퀸 노래만 나오면 우리가 든 것이 청소 도구인지 마이크인지 모를 정도로 엉덩이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인지 율동인지 모르겠는 어떤 몸짓을 하다가 깔깔대며 웃었다. 지금도 우울할 땐 맘마미아 앨범을 틀어두고 그 때를 생각하며 방을 청소하고 거대한 쓰레기통에 쓰레기 봉지를 넣으며 그 안에 내 우울도 같이 쳐박아버리곤 한다. 조금은 나아지리라, 우울에 끝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괜찮아지리라 생각하면서. 아주 아주 몇 되지 않는 좋은 기억, 생각만 해도 마구 웃어버릴 수 있는 그런 기억.

어릴 땐 동생을 정말 싫어했다. 아주 어리석게도 친구들에게도 동생이 싫다고 말하고 다녔다. 어쩜 동생도 똑같이 내가 싫었을지 모르지. 아니 아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정확히 어느 지점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대학교를 들어가고 내가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을 때였겠다, 동생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같이 운동을 다니고 그러다 커피도 마시러 가고 쇼핑도 가고 그랬다. 가끔은 엄마가 공동의 적이 되기도 하고 늘 그렇듯 엄마에게 상처를 받아 방 안에서 울고 있으면 동생이 와서 치킨을 먹겠냐 묻기도 했다. 그럼 나는 치즈볼도 같이 먹자 하고 그렇게 나란히 소파에 기대앉아 유튜브에서 무도 레전드 편을 보며 치킨을 먹다보면 그래도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듯했다.

숨을 막히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숨을 트이게 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적 지독히도 싫어했던 동생은 잘 알고보니 후자의 사람이었고 지금은 언제고 전화를 하고싶고 그 애의 옆에 누워 같이 인스타 릴스를 보고싶고 가로수길 마일스톤 커피에 가서 함께 플랫 화이트와 티라미수를 먹고싶은 사람이 되었다.

2.

되겠다 생각해서 된 적이 없으니 무언가 보일 참이면 겁을 먹고 발을 뺀다. 마음을 비우고 될 리 없다 생각해야한다. 그러면 가끔은 정말 흐릿하던 것이 선명해지기도 한다. 아니 어쩜 나는 그냥 겁쟁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