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마음이 드는건 사랑이 전부가 아니게 되었을 때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날 떠날지도 모른다는 말 한마디에 머리가 하얘지고 울음이 나올 것 같았던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때를 잠깐이라도 현실로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는걸 알기에 벽을 세우고 너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라고 끝없이 되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근희 선생님이 사랑은 그래서 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러니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좋아하고 불확실성 앞에서 서성이며 눈을 감기도 희미하게 뜨기도 하면서 흐릿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