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원래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지 그러나 오늘은 유독 어려웠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우버를 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 애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보안 검색대로 걸어가는 순간 나도 곧장 뒤를 돌아 계단을 내려왔고 그 두 단 짜리 계단을 내려가는 짧은 순간이 얼마나 길던지 다시 계단을 올라가 마지막 뒷모습을 봐야 하는건가 아님 그냥 그대로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저번의 이별보다 오늘의 이별이 더 어려웠듯 앞으로의 이별은 더 어려워질 것에 틀림없고 그가 말했듯 이 순간이 쉬워지는 때가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헛구역질 나올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이 슬픔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이 생기기를 바란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는 너를 위해서 어떤 희생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고 또 기어이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는 너의 앞에서 울 준비가 되어있고 어떤 이야기든 할 준비가 되어있고 나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고 또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의 존재가 사라졌을 때의 나의 괴로움이 좋아하는 누군가가 사라졌을 때의 괴로움과는 차원이 다를 것, ‘보고싶다’ 하는 수준보다 훨씬 깊은 외로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일생을 단 한 사람과만 살아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너를 택하겠다는 확신이다. 너를 믿을 것이라는 다짐과 너를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그러니까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의 바다 속에서 너와 함께 배를 정박해보겠다 뭐 그런 것이다.
우리가 세 번째 만나던 날 과학 도서관 옆 그늘진 벤치에 마주보고 앉아 너가 나에게 나의 생일을 같이 보내고싶다고 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나는 그 때 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사랑에의 예감이 좋아함보다 우선이었고 어쩜 그래서 너를 더 편하게 좋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너를 좋아하고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