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픈지 이틀 째다. 목 뒤가 뻐근하고 그 통증이 관자놀이를 지나서 눈까지 전해져온다. 오늘은 일하는 내내 눈알을 빼내버리고싶었다. 선데이 나마스떼를 다닐 때 진영쌤은 사바아사나를 할 때 마다 얼굴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했다. 눈썹이라든가 눈알이라든가 턱이나 혀에도 힘을 완전히 빼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보라고 했다. 죽은 사람처럼. 한국에 돌아가면 진영쌤을 찾아가야겠다.
어제는 집들이를 했고 며칠간 메뉴 고민하고 요리 준비하고 했던게 아주 결실을 잘 맺은 듯했다. 나의 여러 세계들이 한 데 모여 섞이고 뒤엉키고 하는 걸 보는게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옆에 잘 꾸려온 것이 그나마 내가 잘 하는 일이라면 잘 하는 일이겠고 그것과는 별개로 별거 아닌 나의 행성에 꾸준히 발을 들여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나의 행성은 작지만 찬찬하게 움직이므로 때를 잘 맞추면 누구나 발을 딛을 수 있다.
다음주에는 윈시와 마수미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고 그 다음주면 한국에 돌아간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른지 한국에서의 2주 반은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 그렇게 돌아오면 다시 학교에 가야할 것이다. 한국에 가면 제주 바다 깊은 곳에 여러번 다이빙을 가야지. 언제나 그랬듯 겨울의 제주 바다는 잔잔할 것이고 그 조용한 검은 바다 안에서 헤엄을 치다보면 이 두통도 조금은 사라질지 모른다. 내 안에 고여있는 것들을 바다에 잔뜩 버리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