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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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만났을 때가 2017년의 여름이었으니 나는 스물 두살이었겠고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5월이었으니 만으로는 스물이었겠다. 나보다 네 살이 많았던 그는 고작해야 스물 넷 그러니까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었겠구나. 스물의 나이에 처음 본 사람을 따라 부산 여행을 가고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고 했었다. 지금의 나는, 그 때는 어쩜 그렇게 겁이 없었을까,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는 분명 또 다시 어디론가 향하는 기차 혹은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여행이 사람을 무모하게 만드는걸까. 그 애도 독일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것이었고 지금의 나도 호주에서 하와이로 여행길에 오른 사람이었으니까. 

여행에서는 시간이 현실과는 다르게 흐른다. 엊그제 도착한 것 같은데 어떻게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일 수 있는걸까. 그러니 현실이었음에도 한 여름밤의 꿈같고 마치 다른 차원에 다녀온 것과 같은 환상, 남은거라고는 사진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기념품샵에서 산 냉장고 자석정도일까. 내 머릿속에 남은 기억은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 니스의 해변을 걸으며 공기 중에 가득한 무화과 냄새를 맡았던게 정말 일어난 일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환상 속에서 누군가를 만났으니 그걸 사랑이라 착각해도 별 도리가 없다. 

하와이에서는 모두가 행복해보였다. 나도 행복했다. 현실을 뒤로 두고 온 사람들은 태평양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이 곳에서 하나같이 색색의 알로하 셔츠를 입고 해변을 걸었다. 나도 전통 하와이 문양이 검은 색으로 찍힌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바닷가를 걸었다. 해가 넘어가는건 일곱시가 조금 넘어서였지만 그 빛이 아홉시까지도 드리웠기에 걷다 해변에 앉아 시시각각으로 하늘색이 변하는걸 바라보고 그랬다. 모든게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던건지 전부 꿈같아서 그랬던건지 무모한 일들을 많이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