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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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탓에 종이가 많이 닳아버렸어.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니 더 버벅이게 되는 것 같아. 편지와 내가 사투를 벌이는 지금 전형은 호주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지난 편지에서 전형은 왠지 조금은 벅차고 힘든 시기를 겨우 지나 의연해지기 시작한 상태인 것 같았어. 그게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상태일지 나도 약간은 알 것 같아서 처음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내 마음은 먹먹해졌었어. 참 외국에서 혼자 모든 것을 마주하고 겪는다는 것이 한국에서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아. 어쩌면 더 약해지고 더 단단해지기를 무수히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달까. 그 속에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도 배우게 된 것 같단 전형의 말이 참 다행이라 느껴졌어.

한국은 어네든 돌아올 수 있는, 언제든 너를 다시금 반겨주는 이들이 있고 무엇이든 새로이 시작해도 잘 할 수 있는 그런 또다른 선택지가 남아있는 것이라 여기고 호주에서의 삶을 더 용기내면 좋겠어. 잠시나마 호주에 있을 때의 나는 늘 이걸 되새기면서 벅차는 순간들을 견뎠었거든.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