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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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든 것이 결코 악한 것은 아니었으나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어버린 대가를 치루고 있다. 솟아난 질투와 슬픔. 울음이 나오겠다 생각이 들었을 땐 리타 파예스의 엘 마라비노를 들어야 한다 생각했고 이미 눈물이 얼굴을 타고내리는 와중에 다급하게 휴대폰을 뒤져 노래를 틀었다. 도대체 그 음악에는 무엇이 담겨있는지 일 분여간 흘러나온 반주에 끊이지 않고 눈물이 쏟아져 내렸고 그 다음곡 그 다다음곡까지 들으면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옆에서 프랭키는 납작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나는 그저 노란 빛을 내는 전구를 바라보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평생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해 생각했다. 결코 원한적이 없으나 아주 가끔 찰나의 순간에 비치는 그 따뜻함을 마주하면 혹여나 나는 스스로를 속여 그저 나를 방어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프랭키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고 마른 땅을 걷는 와중에도 눈물이 철철 났다.

언제나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프랭키는 똑똑해서 수목원의 끝까지 달려갔다가도 내가 ‘프랭키!’ 하고 부르는 한 마디에 귀를 쫑긋하고 나를 향해 달려온다. 앞서 나가다가도 나와의 거리가 멀어진다 싶으면 뒤를 돌아보고 멀리 떨어져 뛰어 놀다가도 얘가 어디갔지 싶을 때면 늘 어딘가에서 달려오고 있다. 이 아이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런 마음으로 개를 키우나. 역시 사람보다는 개가 낫다.

그렇게 프랭키를 보고있자니 나와 개 한마리와 고양이 한마리 가족을 꾸리면 되겠다 생각했고 거슬러 올라가 왜 나는 내 가족을 한 번도 꾸릴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생각했다. 가족. 가족은 뭘까. 자꾸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 전부 빈센트 때문이다. 엘 마라비노를 듣고싶었던 이유도 아마 그 뮤직 비디오에 담겼던 모습이 내가 그리는 그의 가족의 모습과 비슷해서일까. 아이가 크는 모습을 비디오로 담아왔다는 것에는 아무래도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상자를 잘못 열었으니 그 대가를 치뤄야지. 나는 아마 며칠은 우울할 것이고 그리고는 또 괜찮아질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