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다가 생각했다. 오후 한시의 볕이 따뜻해서 그 날씨에 취해서 그런 생각이 든 지도 모른다. 해가 눈에 닿으면, 그리고 그 따뜻함이 온 얼굴에 펴닿음을 느끼면 천천히 눈을 감는다. 살살 바람이 불고 이어폰으로는 장난스런 기타소리가 흘러나오고 그러면 목이 콱 막혀 울고싶다가도 숨이 쉬어진다. 나는 자주 우울하지만 작은 것들 가령 지금 말한 오후 한 시의 볕같은 같은 것에 감사할 줄 안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임을 깨달았을 때의 그 감각. 나는 내가 싫은 줄만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찾았을 때의 그 감각. 영어로는 그걸 클릭 이라고 한다.
프론트 레버를 하기 위해 링에 매달려 몸을 거꾸로 세우는 데에도, 머리서기를 하는 데에도 그 순간의 감각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울지도 뒤로 기울지도 않은 그 찰나의 지점을 알아야만 20초와 1분이 다르지 않게 버틸 수 있다. 정리되지 않아 공책 여기저기에, 종이 여기저기에 그리고 머릿속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정보를 한데 모아 한 장에 정리한다. 그러면 전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었던 점들이 절로 이어져 선을 만들어내고 순간 어떤 꺠달음이 탁!하고 머리를 치면 모든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문제를 풀면 줄줄이 맞출 수 있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다.
클릭은 아주 긴 연습 끝에 찾아오고 – 그게 우울의 웅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끊임없이 하는 노력이든 수학 개념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든 – 그런만큼 배부른 행복감과 성취감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