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준비는 언제나 철저하게 했다. 그 시작은 늘 배운 지문을 다시 읽는 것이었다. 지문을 읽으며 선생님이 말했던 중요 포인트들을 되짚고 그것을 노트에 정리하는 일이 언제나 첫 순서였다. 그 후에는 문제집을 풀고 기출 시험지를 풀어보고 오답 노트를 만들었다. 내가 이 문제를 틀린 이유와 그와 관련된 개념을 적어 정리했다. 그러면 틀리는 문제의 패턴이 보이기도 했고 그 패턴을 이해한 순간 다시는 비슷한 문제를 틀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했던 건 스스로 시험 문제를 내 보는 것이었다. 이 지문에서는 이런 문제가 나올 것 같다, 하는 식의 예상 문제를 만들었다, 출제자의 눈으로. 교과서에는 원 텍스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문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낼 수 있겠다 하며 볼펜으로 예상 문제들를 적어냈다. 약간의 광기. 이 텍스틀 모조리 외우는 한이 있어도 결코 한 문제도 놓치지 않겠다는 광기. 그럼 시험 전날 밤에는 할 만큼 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시험 점수는 늘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그렇게 쉬웠다. 나는 정말이지 공부가 가장 쉬웠다.
내 액션 플랜은 이것이다. 시험 공부하듯 상황을 다루는 것. 그것이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고 가장 효과를 많이 본 일이다. 내가 가장 최선을 다할 줄 아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예상 문제를 만들고 그에 대한 답변을 만드는 것. 기출 변형을 만드는 것 즉 플랜 비를 짜는 것. 플랜 씨를 짜는 것.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것. 근의 공식, 2a분의 -b 플러스 마이너스 루트 비제곱 마이너스 4ac, 그 공식을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닌, 공식의 개념화, 그러니까 이 공식이 왜 쓰이며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하는 증명. 그 근본을 알아야지 기출 변형에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상황을 뿌리까지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것.
이 공부의 끝은 무엇으로 이어질지. 최선을 다했지만 시험은 빵점을 맞을지도 모른다. 내 생에 최악의 점수를 받을지도 최고로 굴욕적인 시험지를 되돌려받을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내가 풀어야 하는 것은 수학 공식이 아니고 영어 문법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액션 플랜의 의의는 그저 최선을 다함에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보고도 실패한다면 담담하게, 하지만 또한 당당하게 걸어나올 것이다. 당신들은 나의 최선을 누릴 가치가 없어. 나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나를 성급하게 판단하는 이들에게 나는 한 번 이상의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전에 내가 할 일은 나를 믿고 그를 믿고 그냥 씨발, 하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