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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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친구에게 별 시간을 쓰지 않았다. 친구는 가족도, 애인도, 일도 아니어서라는 거였다.

“너는 마치 너만 아니면 무엇이든 재밌는 것 같았어.” 엄마는 말했다. 그 말이 얼마나 슬프고 쓸쓸한 말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엄마의 말은 시인 보들레르의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행복할 것 같다.”

길을 걷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에 빠졌다.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그러면 한없이 외로워졌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환한 마음은 늘 나를 앞서 있었다. 어쩌면 나는 나를 그 뒤에 숨겼는지도 모르겠다.

애정은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것도 엄연히 능력에 속함을 그제야 알았다. 그런 사람들만이 나의 친구로 남았다.

대상 항상성이 없어서 그런 걸 거예요, 라고 나의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 대상 항상성이란 정서적인 애착을 맺고 있는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조차 내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어깨를 들썩이며, 가슴을 내리치며 통곡했다. 슬픔이 폭포처럼 쏟아지도록, 마음의 절벽이 무너지도록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