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미와 나의 작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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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는 만두는 덤플링이 아닌 만두이고 김밥은 스시롤이 아닌 김밥이다. 너와 나의 세계에서 나는 나를 내려놓고 말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나의 한국어 억양이 나오기도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아시안 억양이 나오기도 문장을 끝맺지 않기도 주어를 생략하기도 동사 변화를 하지 않기도 시제를 신경쓰지 않기도,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한다.

모두에게 김밥은 스시롤이 아니라고 수천번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이제 나는 그저 마수미와 나의 작은 세계에서 만두가 만두이고 김밥이 김밥이고 떡볶이가 떡볶이이면 된다. 절반도 맞지 않는 고장난 영어 문장 구조로 대화해도 말이 통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음식을 많이 해도 천천히 앉아 꼭 접시의 바닥을 보고 i’m so full 하고도 디저트 먹을래 하면 장난스런 얼굴을 지으며 좋다고 말하면 나는 그 길로 아포가토를 내오고 치즈케익을 내오고 냉장고를 다 털어서 그녀를 먹인다.

빈센트에게 나는 잃을 것이 없다 나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고 그는 그렇지 않다고, 이제는 너의 가족이 된 너의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고 나는 어떻게 감히 너의 가족과 내 친구들을 비교하느냐 말했지만 오늘 마수미와 보낸 여섯시 부터 열 한시까지의 다섯 시간은 어디에 비교할 것 없이 오롯이 행복했다. 어디 바다를 보러 간 것도 석양을 보러 간 것도 좋은 먹으러 간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가 한 거라곤 인도 억양이 가득한 푸짓수 직원하고 30분을 넘게 통화한 것, 차를 운전해서 코스트코에 간 것, 차를 운전하고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해먹은 것 뿐인데 모든 순간 순간에 웃음이 끊이지 않은 적이 없다. 내가 이 사람을 두고 어떻게 캔버라를 떠날까. 그러니 그도 그만의 결정을 내려야 하듯 나도 나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