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훨씬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여자 친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어떤 작은 이유에 얽매이지 않고도 단호하게 사람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고, 매일 아침을 불안에 떨며 일어나거나 토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았으면 좋겠고, 아주 사소한 것을 바라면서도 내가 너무 많은걸 바라는 건 아닐까 하는 자기 의심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너는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도 결코 너에게 충분하지 않을거란 것, ‘적당한’ 사람에게 만족하지 말라는 것.
여자들이 여자를 더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고 서로를 경청하고 보듬고 감싸안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웠으면 좋겠다. 내가 내 친구들에게서 배운 것, 사랑보다는 언제나 우정이 먼저이고 애인은 떠나도 친구는 평생이라는 우정의 탈을 쓴 사랑. 오늘 만난 친구와 헤어지면서는 골든 아워의 노란 해 아래에서 너가 있어서 행복하다, 너가 있어서 고맙다, 너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이야기를 했고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2주 반의 시간동안 만나고 또 만나고 그게 못내 아쉬워 또 약속을 잡고 헤어지면서는 내일 또 볼 것처럼 인사를 하고 그렇게 일 년이 지나도 나는 그녀가 나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내가 나의 친구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 그들이 나에게 준 사랑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왜 관계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덜 행복한지, 왜 결혼한 여성은 일찍 죽지만 결혼한 남성은 오래 사는지.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은 남성들은 렌즈가 하나 빠져 우리가 보는 걸 보지 못하니 대화는 친구들과 하고 이해도 친구들과 한다 했다. 결국 그건 심시선의 입을 빌린 정세랑의 말일 것이고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말일 것이다.
경쟁하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마음 졸이지 않고 그저 행복하기만 한 사랑을 하기를 바란다 여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