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평원에 서 보았니? 바람 부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평원 위에 서면 느껴지는 진공감이 있단다. 아주 작은 목소리도 증폭되어 들리고 걸을 때면 바짓가랑이가 맞닿는 소리가 열 배는 크게 들린단다. 그만큼 아주 고요한 순간에는 노래도 듣지 말고 그 진공감을 즐겨보렴. 세상은 시끄럽고 떠다니는 말은 많으니 언제나 고요의 순간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단다.
지는 해를 맞고 서 보았니? 지는 해는 정오의 해보다 크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눈으로 몸으로 느껴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니? 걷다가 정면으로 마주한 무시무시하게 빛을 내뿜는 노란 해에 잡아먹힐 것 같다는 느낌을 알고 있니? 주변의 갈대와 들꽃은 원래의 색을 잃고 노랗게 빛난단다. 그런 순간이 있다면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혀 온 몸으로 해를 받아보렴.
새벽 한 시의 생각은 믿지 말렴. 자고 일어나 그저 잊어버리렴.
울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몇 개 알고 있으면 좋단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아껴듣도록 해.
살다가 무언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갑작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연락을 해보면 좋단다. 얼마전 친했던 동창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하더라.
이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전부란다. 나를 더 이상은 찾지 않기를 바라, 나도 너를 찾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