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게 언제였는지, 같이 축제에 갔던건 언제였는지, 너가 내 방 의자에 앉아 낮게 뜬 눈으로 ‘내가 집에 갔으면 좋겠어?’ 하고 물었던게 언제였는지. 알지,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은 일들인거 근데 왜 이렇게 전부 환상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 너가 했던 말들도 전부 환상같아. 환상같다는건 거짓말 같다는 걸까?
나는 요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려. 핸드폰이랑 지갑은 매번 다른 곳에 두고 그 자리를 못찾아 헤매. 뭘 찾아보려다가도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얘져버려. 난 이게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해. 더 이상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어떤 일에도. 예전엔 몇 시간씩도 앉아 공부를 했었는데 지금은 왜 그게 안될까?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랑 같을거라는, 그 둘의 능력치가 같을거라는 환상같은건 버려야 돼. 늘 스스로한테 말해. 과거에 붙들리지 말라고. 그런데도 난 자꾸 예전 생각만 해.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였는지도 몰라 그 때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었던건. 난 대체 뭘 하고 싶은걸까? 모르겠어. 난 이루고 싶은 게 없어. 매번 말하지, 당장 내일 핵이 터져도 난 살아남을 생각따윈 하지 않을거라고. 폭탄이 떨어질 도시를 안다면 천 만원을 주고라도 그 도시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 일말의 고통도 없이 증발하는 편을 택할거야. 이게 말이 되는 삶일까. 이게 삶이 맞긴 한걸까? 붕 떠다녀 나는. 몸은 있긴 한데 그냥 허울일 뿐이고 속은 찾아볼 수도 없어. 그래서 모든게 환상같다고 느끼는지도 몰라. 유령처럼 영혼은 빠져나가고 몸만 둥 둥 둥 떠나니는거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그냥 다 포기하고싶어. 전부 그만하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