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삐걱거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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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향하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처음엔 내가 너무 밀어붙이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상대에게서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올때면 내가 하는 일이 밀어붙이는게 아니라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한국어 수업을 끝낸 후 같이 저녁을 사들고 노을을 보러 갔다. 해가 샛노랗게 산 너머로 비추다 오렌지 색을 머금고 산을 넘어갈 땐온 얼굴에 노란 빛을 묻혀가며 저녁을 먹었다. 해가 자취를 감추고 빨간 빛을 내비추면 파랗게 샌 반대쪽 하늘 사이로 보라색 천장이 생겨났고 우리는 자리를 옮겨 선착장에 걸터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장구를 쳤다. 어둠이 찾아와 아주 멀리 멀리로 검붉은색 만이 남고 결국엔 완연한 밤이 찾아왔을 땐 어깨가 맞닿은 채 별을 보다가 비행기를 보다가 신발을 베개삼아 누워 또 별을 보다가 했다.

한 번도 너의 손을 본 적이 없다고 손을 내달라는 너에게 내 손을 건넸고 서로 손을 만지작거리다 깍지를 끼려다 뭔가 겁이나 손을 빼버렸다. 그러고 서로의 맞닿지 않은 손을 다시 가져다 잡고 손이 참 부드럽다 하는 얘기를 하다가는 일어났다.

그 애는 아홉 시 십 일 분 버스를 타려다 열 시 십 일 분 버스를 타게 됐고 집에 가는 시간이 자꾸 미뤄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함께 빛 축제를 갔다가 내 방에 함께 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였다. 막차는 이미 떠난지 오래였고 열 한 시 반이 넘어서도 나는 그 애를 보내고싶지 않고 그 애는 떠나기가 싫어서 집에 가야하는데, 널 보내야 하는데 하면서도 서로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이지도 않았다. 그 애가 나한테 내가 갔으면 좋겠어? 하고 물었을 땐 당연히 안갔음 좋겠지만 너가 피곤하다면 보내주겠단 말을 해놓고는 뒷 말은 하지 말걸 후회했다. 그래도 그 앤 한 시까지 남아 나와 이야기를 하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내가 걔를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도 이젠 그런 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많이 좋아하기로 했고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만큼 상대도 나를 좋아하면 그냥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