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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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과 왼쪽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했다.

아무리 걸어도 들어갈만한 술집이 안나와서 반대쪽으로 갈 걸 했나 생각하는 순간에 전에 와봤던, 술이 맛있었던 바를 발견했다. 메뉴판은 바뀌었고 사장님은 그대로여서 메뉴판은 대충 훑고 사장님에게 추천을 받았다. 무슨 얘기를 했더라 잘 기억이 안난다. 기억 나는건 역시나 많이 웃었던 것과 눈을 길게 마주쳤던 몇몇 순간들. 너와 내가 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걸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들었던 감정.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싶다. 내가 알고있는 단어로는 표현이 잘 안된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걔가 갑자기 눕길래 나도 누웠다. 기계 욕심은 없지만 핸드폰 생긴게 나와 어울려야 해서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했다는 어이없고 웃긴 일화를 들으며 괜히 그 애가 누운 왼쪽으로도 굴러보고 그 애의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리기도 해보고.

별을 가리키면서 저기 두 별 사이에 옅게 빛나는 별 두 개가 보이냐 묻길래 어디? 어디?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겨우 찾고는 보인다고 했는데, 거기에 돌아오는 말이 ‘오’ 한마디어서 웃음보가 터졌다. ‘대체 왜 물어본거냐’하고 묻는 나를 보면서 웃길래 나도 또 웃고. 좀 영화같을 뻔했다가도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자꾸 웃어댔는데 그게 또 영화같아서 좋았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를 하나 틀어보라고 했고 아까 술집에서부터 듣고싶었다며 튼 노래는 존 레논의 이매진이었다. 그 단순한 피아노 도입부를 듣자 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틀어막으며 ‘헙’하는 감탄사를 내뱉고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그 후로도 한참을. 그게 또 영화같았다.

바람이 불자 호수에 넘실넘실 파도가 치길래 사진도 찍고 무서워도 하고, 이 물에선 냄새가 날까 하고 손을 적시러 들어갔다가 또 무서워서 돌아오고. 어린 애도 아니면서, 아니 더이상 어린 애들이 아니라서 그네를 타면서 더더욱 깔깔대고 그러다가 멀미도 났다. 그 멀미가 그네 때문이었는지 제멋대로 벌렁대는 내 심장때문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자스민과는 늘 시간이 가는게 싫다. 남는 시간을 고이 접어 나중에 님이 오면 훌훌 펼쳐내고 싶다는, 고등학교 때도 꽤 낭만적이라 생각했던 황진이의 시를 들려줘야겠다 생각했다.